매 순간 사라지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존재들을 관찰하다 보면, 존재는 그것을 인식하는 주체와 작용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.
존재 자체에 실존성이 있다기보다는, 매 순간 나름의 실존이 발휘되고 또 사라지는 것이다.
이처럼 존재로서 존재를 인식하는 일은 서로를 무한히 고정시키고 동시에 변화하는 일로 느껴진다.
존재들은 그렇게 변화라는 안식과 함께 서로의 실존을 지탱하고 있는 것 아닐까?
나에게 작업은 이 세계와 나 자신을 느끼며 이해하고, 변화하는 과정이다.
긴 시간에 걸쳐 겹쳐진 흔적 속에는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겹겹이 쌓여 있다.
그곳엔 무한히 변화하는 존재와 무한히 변화하는 나의 시선들이 남아있다.